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꽤 오래 영양제를 챙겨 먹으면서도 왜 먹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30대에 접어들면서 주변 지인들이 "이제 진짜 챙겨야 해"라고 하니까, 그냥 흐름에 올라탄 거였죠. 그런데 직장이 3차병원이다 보니 의료진들에게 간간히 이런 이야기를 들어왔는데, 이번에 그 내용들을 찬찬히 짚어보면서 제 생각이 꽤 많이 바뀌었습니다.
영양제, 정말 필요한가요?
지인 단톡방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성지 약국 리스트"가 올라오고, 영양제 직구를 같이 할 사람을 찾습니다. 저도 한때는 그 흐름이 자연스러웠는데, 막상 의료진과 이야기할 때마다 돌아오는 말은 공통적으로 "영양제 별로 필요 없다"였습니다. 처음엔 그냥 의사들 특유의 보수적인 반응이거나, 비의약품에 대한 낮은 신뢰도에서 나오는 말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소화 생리학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우리 몸은 음식을 그 형태 그대로 흡수하지 않습니다. 단백질은 반드시 아미노산(amino acid)으로 분해되어야 흡수됩니다. 여기서 아미노산이란 단백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 물질로, 몸은 이 형태로만 단백질 성분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즉, 글루타치온이든 콜라겐이든 알부민이든, 어떤 단백질 영양제를 먹어도 결국 아미노산으로 쪼개집니다. 그 아미노산의 주요 성분이 글루탐산(glutamic acid)인데, 이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MSG의 구성 성분과 동일합니다.
제가 이걸 처음 접했을 때 꽤 당황스러웠습니다. 비싼 돈 내고 먹던 알부민 영양제와 조미료가 결국 같은 결로 간다는 이야기이니까요. 물론 이게 "그러니까 조미료만 먹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고기를 먹을 때처럼 충분한 양의 아미노산을 공급받는 것과, 소량의 조미료로 그 역할을 대체하는 건 현실적으로 다른 이야기입니다. 다만 단백질 영양제에 특별한 효과를 기대하는 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영양제는 실제로 의미가 있을까요? 신경과 전문의들이 권장하는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비타민 D: 현대인은 야외 활동이 줄어 결핍 가능성이 높아 보충이 권장됩니다.
- 오메가3: 해산물·해조류를 충분히 먹는다면 굳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으나, 편식이 심하다면 먹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다만 과잉 섭취 시 중성지방 수치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엽산: 임산부에게는 필수입니다.
- 종합 비타민: 다이어터, 만성질환자, 노인처럼 정상적인 식이 섭취가 어려운 경우 고려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일반인이 별다른 이유 없이 수십 가지 영양제를 챙겨 먹는 건, 실제로 근거가 약한 행동일 수 있다는 점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동맥경화, 증상이 없어도 이미 진행 중일 수 있습니다
뇌졸중 이야기가 나오면 많은 분들이 드라마 속 장면처럼 갑자기 쓰러지는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사실 뇌졸중은 갑자기 찾아오는 게 아닙니다. 수년, 심지어 수십 년에 걸쳐 동맥경화증(arteriosclerosis)이 쌓이다가 어느 순간 터지는 겁니다. 동맥경화증이란 혈관 벽에 지질과 염증 물질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증상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혈관은 조용히 나빠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병원에서도 종종 "두통이 있어서 왔는데 뇌혈관이 많이 좁아져 있었다"는 케이스를 듣게 됩니다. 두통이나 어지럼증으로 동맥경화증을 감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영상 장비 없이는 알 방법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비싼 MRI나 뇌 CT 없이 확인할 방법은 없을까요? 경동맥 초음파(carotid ultrasonography)가 대안이 됩니다. 경동맥 초음파란 목 부위 혈관의 두께와 이상 여부를 초음파로 들여다보는 검사인데, 동맥경화증은 전신 혈관에 동시에 나타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목 혈관의 상태가 뇌혈관을 포함한 전신 혈관 상태의 지표가 됩니다. 비용은 저렴한 곳 기준 몇만 원대이고, 2년에 한 번 정도 꾸준히 확인하면 뇌졸중 위험도를 스스로 모니터링하는 데 충분히 유용합니다.
특히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흡연, 음주,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1단계 위험군으로 봐야 합니다. 심방세동이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의 일종으로, 심장 안에 혈전이 생기기 쉬운 상태를 만들어 뇌졸중 위험을 크게 높입니다. 위험 요인 하나만 있어도 이미 관리를 시작해야 하는 단계라는 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미 1단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국내 뇌졸중 발병 건수는 고령화로 인해 지속 증가 추세이며, 연령 표준화 발병률은 소폭 감소했지만 절대 발병 수는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혈압 관리, 병원보다 집이 더 정확합니다
혈압 이야기가 나오면 으레 "병원에서 재야 정확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제가 실제로 들은 이야기도, 의학적 근거도 정반대입니다. 병원에 가면 긴장 때문에 수축기 혈압이 약 15mmHg 정도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백의고혈압(white coat hypertension)이라고 하는데, 의료진의 흰 가운을 보는 것만으로도 혈압이 올라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진짜 의미 있는 혈압은 안정 시 혈압, 즉 말하지도 않고 스트레스도 없는 상태에서 측정한 수치입니다. 정확하게 재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밥을 먹지 않은 안정 상태에서 2분 정도 편안하게 앉아 있습니다.
- 팔뚝 혈압계를 사용하고, 팔뚝과 심장이 같은 높이가 되도록 맞춥니다.
- 측정 버튼을 누르고 첫 번째 수치는 넘어갑니다.
- 한 번 더 측정한 두 번째 수치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 기준은 130/80mmHg 이하. 이 범위 안에 있다면 안심해도 됩니다.
스마트워치로도 혈압을 측정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도가 팔뚝 혈압계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관리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5~10만 원대 전자 혈압계 하나를 사두는 게 실질적으로 훨씬 유용합니다.
당화혈색소(HbA1c)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HbA1c란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준을 반영하는 지표로, 단순 공복 혈당보다 당뇨 진단에 더 유용합니다. 6.5% 이상이면 당뇨로 분류되고, 7.0%를 넘으면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에서 이 수치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당뇨 조기 발견이 가능합니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도 마찬가지로, 160mg/dL 이상이면 식이 조절과 운동으로 먼저 접근해보고, 두 달 뒤 재측정하는 방식으로 스스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결국 뇌졸중의 90%는 이 세 가지,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을 스스로 모니터링하고 경동맥 초음파로 혈관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입니다(출처: 대한뇌졸중학회).
저도 영양제 몇 가지를 먹고 있습니다만, 이번 기회에 정말 필요한 것만 남기고 정리해보려 합니다. 비싼 영양제 챙기는 것보다 혈압계 하나 사서 일주일에 한 번 재는 게 뇌 건강에 훨씬 직접적인 기여를 할 수도 있습니다. 각 연령대에 맞는 최소한의 영양제 가이드라인이 좀 더 명확하게 정립되고, 의미 없는 보충제에 쏟는 비용과 관심이 실질적인 수치 관리 쪽으로 옮겨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에 이상이 있다면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