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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는 의사를 대체할까? 수술실에 들어오기 어려운 이유

by raonnn 2026. 6. 20.

수술실에서 0.1초의 딜레이가 어떤 의미인지 아시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기기가 훌륭해도, 현장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렉(lag) 하나가 실제 수술 필드에서는 치명적이라는 것을 저는 AR연구를 몇차례 진행하며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최근 피지컬 AI(Physical AI)가 의료계의 화두로 떠오른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반가움과 동시에 "과연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라는 질문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피지컬 AI, 왜 지금 의료계가 주목하는가

피지컬 AI(Physical AI)란 컴퓨터 화면 안에서만 작동하던 기존 AI와 달리, 실제 물리 세계에서 로봇이나 기계가 직접 감지하고 움직이며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인공지능을 말합니다. 여기서 Physical AI란 디지털 공간의 언어 처리를 넘어서, 현실 세계의 물체를 인지하고 그에 맞게 행동을 생성하는 AI 시스템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이 개념이 의료계에서 갑자기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유행이 아닙니다. 피지컬 AI의 작동 단계는 인지(Perception) → 추론(Reasoning) → 계획(Planning) → 실행(Execution) 4단계로 구성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구조가 외과 의사가 수술 중 거치는 사고 흐름과 거의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복강 내 장기를 눈으로 파악하고, 출혈 여부와 조직 상태를 판단하고, 절제 범위를 계획한 뒤 실제 절개를 실행하는 과정이 피지컬 AI의 정보 처리 단계와 구조적으로 겹칩니다. 최근 삼성서울병원에서도 피지컬 AI 수술실과 미래 의료에 가져올 변화가 화두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로봇청소기나 서빙로봇처럼 실제 공간에서 움직이는 AI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수술 과정과 연결해보면 구조가 생각보다 매우 닮아 있습니다.

이 흐름이 의료 AI 도입 논의에서 설득력을 갖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과거 IBM Watson의 사례를 보면, 당시 Watson은 LLM(대형 언어 모델)이 아닌 복잡한 룰베이스(rule-based) 알고리즘, 즉 사전에 정의된 규칙에 따라서만 판단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임상 현장의 복잡성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지금의 피지컬 AI는 그 백본(backbone)으로 LLM 기반의 생성형 모델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전과는 출발점이 다릅니다.

제가 AR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당시에도 비슷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증강현실 기술이 언택트(untact) 의료 교육 환경과 의대생들의 러닝 커브(learning curve) 단축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는 건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수술 보조나 실시간 술기 지원에 활용하기엔 기기에서 발생하는 딜레이 자체가 너무 컸습니다. 0.1초가 용납되지 않는 공간에서, 당시의 기술은 아직 교육용 도구에 머물 수밖에 없었습니다.

데이터 수집이 전부다 : 피지컬 AI의 현실적 한계와 가능성

현재 피지컬 AI가 의료 분야에서 직면한 가장 현실적인 장벽은 훈련 데이터(training data)의 절대적 부족입니다. 여기서 훈련 데이터란 AI 모델이 특정 행동을 학습하기 위해 필요한 대규모 실제 동작 데이터를 의미합니다. 테슬라 자율주행이 수백만 명의 운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전해 온 것처럼, 수술 로봇도 수술 데이터가 축적되어야 비로소 의미 있는 행동 학습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현재 의료 현장에서 데이터화되고 있는 수술의 비율이 극히 낮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국내에서 진행되는 수술 종류가 수천 가지에 달하지만, 피지컬 AI 학습용으로 체계적으로 수집되고 있는 수술 데이터는 그 중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자율주행에 비유하면, 수백만 명의 운전 데이터가 이미 모여 있는 테슬라와 달리 의료 분야는 아직 데이터 수집 단계조차 초기입니다.

피지컬 AI가 수술 동작을 학습하는 방식도 생각보다 정교합니다. 외과 의사의 팔 움직임, 각도, 힘의 강약, 혈관이 보일 때의 처치 패턴까지 모두 수치(numerical data)로 변환해 저장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모션 캡처(motion capture) 기반 데이터화라고 볼 수 있는데, 여기서 모션 캡처란 인체의 움직임을 디지털 수치로 변환하여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저장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현재 이 데이터 수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피지컬 AI의 현재 발전 단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이미 가능한 단계: 단순 봉합(suture), 반복적인 절개·지혈 보조 등 표준화된 동작
  • 진행 중인 단계: 수술 동작 데이터 수집 및 모델 훈련
  • 아직 불가능한 단계: 복강경·개복 수술의 전체 프로세스 자율 실행
  • 중장기 목표: 특정 수술 단계의 자동화로 의사의 집중도를 핵심 술기에 집중시키는 구조

무어의 법칙처럼 기술 발전 속도를 단순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생성형 AI가 언어 데이터를 학습해 지금의 언어 모델을 만들어냈듯, 행동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면 피지컬 AI도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전 세계 로봇 수술 시장 규모가 2023년 기준 약 58억 달러이며 2030년까지 연평균 17%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이 기대를 수치로 보여줍니다(출처: Grand View Research).

수술실이 바뀐다면 ? 표준화와 의료 접근성의 미래

피지컬 AI가 수술 현장에 본격적으로 도입될 경우,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수술 결과의 표준화'입니다. 현재 외과 의료 현장이 안고 있는 가장 슬픈 현실 중 하나는, 동일한 수술이라도 집도의의 컨디션, 팀 구성, 숙련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제가 직접 본 현장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손발이 맞는 팀이 아닐 때 의사가 느끼는 부담은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

서지컬 로봇(surgical robot)이 피지컬 AI와 결합되면 이 문제가 구조적으로 완화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서지컬 로봇이란 의사의 동작을 보조하거나 일부 대체하도록 설계된 수술 전용 로봇 시스템을 말하며, 현재 다빈치(da Vinci) 시스템이 대표적입니다. AI 기반의 보조 시스템이 숙련된 의사의 술기를 학습하고 이를 일관되게 재현한다면, 의사 개인의 컨디션 변수를 최소화하는 항상성(homeostasis) 있는 수술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의료 접근성 측면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국내는 의료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글로벌 기준에서는 좋은 외과 의사의 술기를 받을 수 없는 지역이 여전히 광범위합니다. 숙련된 외과 의사의 행동 데이터를 피지컬 AI에 전수할 수 있다면, 이는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의료 불평등 해소의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5천만 건 이상의 수술이 의료 접근성 문제로 제때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출처: WHO).

물론 새로운 기술이 기존 의료 생태계에 들어오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압니다. 의료 사회는 폐쇄적인 전문가 집단이기 때문에,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기존 업무 흐름을 바꾸는 설득 과정 없이는 현장 도입이 어렵습니다. 기술적 가능성을 보여줘도, 현장 의료진이 일상 업무 속에서 그것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될 것이고 피지컬 AI 도입도 결국 같은 과정을 거칠 것이라 봅니다.

결국 피지컬 AI는 의사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의사가 가장 고난도의 판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반복적이고 표준화 가능한 영역을 넘겨받는 파트너에 가깝습니다. 저는 이 방향이 맞다고 봅니다. 단, "3년 안에 모든 수술을 대체한다"는 식의 장밋빛 전망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데이터 축적 속도, 임상 검증 기간, 현장 도입 장벽을 고려하면 단기 혁명보다는 점진적 통합이 현실적입니다. 그 긴 과정을 연구자 입장에서 함께 밟아가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지금 이 분야를 흥미롭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5xteEfZs8R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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